#2. 환경 속에서 나를 잃지 말기

2021.11.30 <31>

 

연말엔 크리스마스도 있고, 한해를 돌아보며 여유롭고 따뜻하게 가족들과 보내야 할 것만 같은 느낌이 있다.

20대 중반까지는 이 생각이 늘 자리잡고 있었는데, 돌아보면 회사에 입사하고 나서 따뜻한 연말은 좀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 이유는.. 늘 연말에는 회사 평가시즌이 돌아오기 때문인 것 같다.

(대게의 경우에, 그리고 내 경우에) 아무래도 1년간 열심히 일해온 것 대비 늘 평가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하다. 실제로 수행한 업적과 해왔던 노력을 인정받는 대신에, 이런 이유로 저런 이유로 누군가 평가를 잘 받아야 할 이유가 불합리하게 생기기 마련이고, 상대적으로 그 이유에 속하지 못한 사람은 손해보기 마련이다.

 

내가 생각하는 나에 비해 저평가 받는다는 생각을 했을때, 물론 속상하지만 “에잇 내년엔 일 대충해야겠다”, “평가받은 만큼만 일해야겠다” 하고 빠른시일내에 훌훌털어 넘기게 된다. 이 생각은 금세 잊어버리고 또 열심히 일하기 시작하고, 1년뒤에는 똑같은 생각을 반복한다. 지금도 그렇다.

 

나는 나름 내 일에 자신이 있었고 다른 사람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뛰어나다고 생각해왔다. 대학때 전공하면서 과제를 하거나 시험을 보고 결과를 받으면 늘 상위권이였고, 노력한 만큼 인정을 받았다. 그리고 전공을 살려서 회사에 들어왔고, 내 스스로 생각하는 “나”에 비해 해마다 불합리하게 업적과 역량대비 저평가 받는 느낌을 받았다. 그게 누적되서 그런지 시간이 지날수록 이 일이 내 적성에 맞는지,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인지 의문이 점점 커지고, 일을 할때 보람도 흥미도 느끼지 못하고, 노력도 점점 덜하게 되는 악순환이 시작되었다. 그래서 한번 생각해본다. “뭐 먹고 살지..?”

 

평가 결과가 내년의 연봉인상률과 IB(보너스) 금액에 누적해서 차이를 가져오는데, 한두번이야 “아 뭐 그럴수도 있지..” 하고 넘기는데 이게 반복되면 고평가자와 저평가자의 GAP이 점점 커지게 된다.

사실 나는 연봉과 보너스에 대해 크게 연연하는 편은 아니였는데, 이번에는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신경도 많이 쓰이는 것 같다. 이제 곧 아기가 태어나고, 아내는 육아휴직에 들어가면서 내 월급으로 생활도 하고 대출이자도 갚아나가야 하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월급을 더 받고 싶은 마음이 생겼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서 또 한번 생각해본다, “뭐 먹고 살지..?”

 

아무튼 화도 많이 나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시기지만, 어떻게 이 시기를 극복해나가고 어떤 태도로 앞으로 다가올 시기를 받아들일지 현명하게 헤쳐나가고 싶다. 분명히 나는 긍정적이고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인데 어느 순간 그런 나의 장점이 점점 사라지는 것 같아서 문득 겁이 난다. 주어진 상황에 따라 변하는 사람이 아니라 내가 가진 기질을 따르는 사람이 되도록 노력해야겠다.

 

이젠 소진이와 하꽁이 둘다 연말에 생일이 있고, 크리스마스까지 있으니 이런 주어진 상황과 상관없이 따뜻하고 여유로운, 가족들과 함께하는 행복한 연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