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하꽁이 만나기 하루전

 

2021.12.14

 

하꽁아!

두구두구두구.... 오늘은 진짜 우리가 만나기 하루전이야!

엄마, 아빠는 너무 많이 떨리는 거 있지? 그래서 벌써 어제부터 밤늦게까지 걱정하고 밤잠을 설쳤단다.

오늘은 또 얼마나 떨리게요~

이제 짐 싸놨던거 마무리하고, 아빠 짐도 싸고, 내일부터 하꽁이 출산여행을 떠난단다.

아빠는 짧지만 엄마는 3주라는 긴 시간동안 여행하다 올거야 ㅎㅎ 

 

오늘은 하꽁이를 만나기 하루전 아빠의 마음과, 태어나기전 마지막으로 하고싶은 말을 하려고해.

먼저 하꽁이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어.

온전히 하꽁이가 다가옴을 기쁘고 설레임으로만 받아들이지 못해서 미안해.

너무 떨리고 좋은 마음으로만 하꽁이를 기다리고 싶었는데, 이 태어날 시기가 다가올수록 걱정이 점점 커지더라고.

지금 아빠의 심정이 어떻냐고 하면, "어떡해!" 이 한마디에 담을 수 있을 것 같네.

아무 일 없이 출산 잘하고 회복 잘 하겠지? 하꽁이 건강하게 잘 태어나겠지? 앞으로 하꽁이 바르고 건강한 사람으로 잘 키울 수 있겠지? 먹이고 재우는 것 말고도 하꽁이를 책임질 수 있겠지? 엄마 아빠 둘의 시간으로 돌아가고 싶진 않겠지? 등등..

반면에 하꽁이가 태어나면 같이 하고싶은 것들도 너무 많아. 미리 미안해~ 아빠가 장난 많이 칠거야 ㅎㅎ 😆

그 전에는 마냥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 것 같아" 라고 근자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막상 현실로 다가오니 자신감도 좀 줄어들고.ㅎㅎ

이제는 "좋은 아빠가 되도록 노력할게" 로 바뀐 것 같네.

그렇지만 다정하고 친구같은 아빠가 되겠다는 한가지는 약속할게.

엄마를 사랑에 빠지게 만들었던 모습으로 하꽁이도 꼬셔야겠군 ㅎㅎ 

하꽁아. 우리 잘 할 수 있겠지!? ㅋㅋ (바로 또 걱정)

 

요즘 온 가족이 하꽁이 이름을 뭘로 지어야 하나 고민에 빠졌어.

엄마 아빠의 one pick은 "채윤" 이야. "김채윤" 이쁘지 않아?ㅎㅎ

하꽁이가 태어나는 일시의 사주와 잘 맞는 이름이라고 하면 바로 채윤이로 선택할 것 같네.

다른 후보들은 "하연, 하윤, 서윤, 지안"이 있고, 가족들의 추천은 "예지, 가은, 효주, 제니" 등이 있어.

아무래도 엄마 아빠가 생각하는 이름이 더 이쁘지~?ㅋㅋ 

언젠가 하꽁이가 이 편지를 보게 된다면 이름 후보가 이런 것들이 있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서 적어놓는다.

 

하꽁이가 먼 미래에 성인이 되었을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하꽁이 인생을 주체적으로 멋지게 살았으면 좋겠어.

하꽁이가 하는 일이 남들이 뭐라고 생각하든, 하꽁이가 즐기고 하고 싶은 일이라면 주변 의식하지말고 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지길 응원해.

아마 책이나 명언, 연설 등을 보면 "성공하려면 하고 싶은 일을 찾아라. 네 꿈을 쫓아라" 이런 말들이 많을거야.

근데 도무지 하고 싶은 일이나 꿈은 어떻게 찾으라는거야? 라는 생각도 들 수도 있어.

(아빠의 경우엔 그랬고, 늦었지만 아직도 이 생각을 하고 있단다.)

뭘 해야 하는지, 뭘 잘할 수 있는지 못찾겠을땐 글을 한번 써봐.

어떤 내용이어도 좋으니, 정말 솔직하게 하꽁이 내면과 이야기해볼 수 있는 글을 써보는거야.

글을 쓰다보면 주변을 맴돌던 생각들이 좀 차분하게 정리가 되더라고.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일은 창피할 것도 없고, 그걸 부끄럽게 생각하는게 더 이상한거야.

하꽁이가 엄마 아빠보다 더 나아진 세상에서, 더 멋진 인생을 살 수 있도록 응원할게.

 

하꽁이가 생기고, 엄마 뱃속에 있는 동안 12개의 편지를 썼네. 더 많이 썼다고 생각했는데. 하하

그치만 이 편지는 하꽁이가 태어나도 앞으로도 쭉 쓰려고.

말로 전하기 어려운 이야기도 많을 것 같고, 언젠가 하꽁이가 이 편지들을 보게 된다면 아빠랑 더 가까워질 수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에. 🙏

엄마는 이 편지를 모아서 책으로 내주겠대. 얼마나 많이 써야하는거야? ㅎㅎ 부지런히 써야겠다 ✍️

 

내일 이 시간이면 이미 입원하고, 출산을 앞두고 진짜 많이 떨고 있을 것 같네.

아빠도 그렇겠지만, 엄마가 제일 떨리고 무서워하고 있을거야. 얼마나 무서울까.

부디 아빠가, 그리고 하꽁이가, 괜찮다고 응원해주고 용기줄 수 있기를 바래.

내일 별일 없이 잘 흘러가기를 간절히 바래. (오랜만에 기도신공을 써야겠군 😅)

이제 진짜 내일 세상에서 만나자!

엄마 아빠의 딸이 된 걸 너무너무 환영해 하꽁아!

그동안 고생했고, 아빠가 사랑해.

 

 

 

# 하꽁이가 엄마에게

엄마! 하꽁이에요.
우리 드디어 내일이면 만날 수 있어요!
제가 이제 많이 자라서 엄마 뱃속은 점점 좁아져요 ㅎㅎ
그만큼 엄마도 많이 무겁고 힘들죠? 우리 이제 만나요. 저는 준비가 됐어요!
엄마 발로도 많이 차고, 엄마 움직이기도 힘들게 해서, 종종 아프게 해서 미안했어요. 😂
첫째 딸은 아빠를 많이 닮는 다던데, 저는 엄마의 사랑스러운 외모와 마음을 더 많이 닮고 싶어요! (아빠한테는 비밀로 해주세요)
그리고 제 첫모습이 외계인 같아도 놀라지 말아요. 😆
엄마, 지난 10달동안 말로 표현못할 만큼 너무 고마웠어요.
우리 가족 앞으로 따뜻한 가정 만들면서 재미있고 행복하게 잘 살아봐요!
저도 엄마 아빠 말 잘 듣고 말썽 피우지 않는, 건강한 아이로 잘 자랄게요.
내일이 너무 기대되요!
엄마, 지금까지 한 것 처럼 잘 할 수 있을거에요.
제가 태어나면 많은 변화가 있겠지만, 그마저도 아무일 없을 거에요.
하꽁이가 배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응원하고 있을게요!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