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2023년 첫 편지

 

2023.02.14

 

하연아 안녕!

진짜 오랜만에 편지를 쓰게 됐네.

또 이렇게 부지런하지 못한 아빠의 모습에... 창피한 마음이 먼저 드는구나.

지난 주기를 보니 3월에쓰고... 9월에 썼구나.... 그리고 지금은 2월.....

또 다시 거의 반년에 한번 쓰게 됐는데... 더 자주 쓸 수 있도록 노력할게 😂

(지난 편지를 보니까 똑같은 말을 해놨던데 이 마음이 그대로 드네 ㅎㅎ)

 

지난 약 6개월동안 진짜 많은 일이 있었고, 하연이도 그만큼 엄청 많이 컸단다.

지난 편지까지만 해도 기어다니던 하연이가 지금은 엄청 잘 걷고 집에서는 뛰어다니기도 한단다.

그래서 아장아장 뒤뚱뒤뚱 하는 발걸음으로 잡기놀이, 숨바꼭질을 하기도 해.

소중한 너의 한 걸음 한걸음이 얼마나 벅찬지.... 이 마음은 어떤 말로도 표현할 수가 없을 것 같아.

돌사진도 너무 예쁘게 잘 찍고, 돌잔치도 양가 식구들 불러서 행복하게 잘 했단다.

낯가리는 것도 많이 줄어서 친구들이랑도 잘 지내고, 엄마 아빠랑 키즈카페도 다니기 시작했어.

그리고 요즘은 엄마 아빠의 말도 다 알아듣는 것 같아. 의사소통이 된단다.

대답도 잘하고, 시키는대로 행동도 하고, 하연이 의사표현도 훨씬 확실해져서 좋고 싫고가 뚜렷해졌어.

밥도 이유식이나 고구마, 치즈, 과일 등등 하연이 전용 간식만 먹다가 요즘은 엄마 아빠가 먹는 음식도 간이 되어있지 않으면 조금씩 먹어보기도 시작하고 ㅎㅎ 하... 너무 귀엽다...

그리고 최근들어 하연이가 아빠를 엄청 많이 좋아한다???

아빠가 엄마 몰래 뭐 초콜렛이라도 줬니??? ㅎㅎㅎ 아빠를 너무 좋아해서 아빠는 너무너무너무 행복해!

두팔 벌리면 꺄르륵 웃으면서 아장아장 뛰어오는데 그 모습이.... 아빠 매일 심쿵심쿵 하고 있어.... 😍

곧 말도 더 잘하게 되면 아빠랑 결혼한다고 할거야?ㅎㅎ 언제까지나 아빠를 이렇게 좋아해줄지 모르니까, 지금 하연이의 사랑을 만끽하고 더 잘해줘야겠다 ㅎㅎㅎ!

아무튼 지금 시기의 하연이를 눈으로 보고, 머리에 담고, 가슴으로 느끼려고 노력하고 있어.

하연이는 매일매일 오늘이 제일 귀여운데 또 내일은 내일이 제일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기가 될 것 같구나....ㅎㅎ

 

아! 그리고 서프라이즈~~~~ (라고 하기엔 너무 늦게 이야기를 꺼낸다.)

우리 세가족에게 고미라는 소중한 하연이 동생이 찾아왔단다.

고미라는 태명은 아빠가 지었어.

'굄'이라는 순우리말이 있는데, 유난히 귀엽게 여겨 사랑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

그래서 굄을 조금 귀엽게 풀어서 고미로 지었어 ㅎㅎ

그렇게 고미는 늘 사랑받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담았단다.

고미가 찾아온걸 알게 된지는 벌써 3개월 넘게 지났고, 지금은 18주정도 되는 것 같아.

그래서 벌써 고미는 성별도 나왔어. 고미는 하연이 여동생이래!

딸 둘이면 나라를 구한거라고 하던데, 엄마 아빠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보다.

 

고미야, 늦었지만 엄마아빠에게 찾아와줘서 너무너무 고마워.

지금 엄마, 아빠, 하연이 세가족이 너무 행복하게 살고 있어서 고미도 끼고 싶어서 이렇게 빨리 찾아온거지?

엄마아빠도 고미가 빨리 찾아와줘서 너무 고맙고 설레고 기대된단다.

하연이언니가 뱃속에 있을때처럼 편지를 자주 써주지도 못했고, 시기별로 고미 성장과정을 써주지도 못했네 ㅎㅎ

그래도 서운해하지 말으렴! 엄마 아빠가 고미를 생각하는 마음은 굴뚝같지만 지금껏 표현을 잘 못했을 뿐이야..!ㅎㅎ

엄마아빠, 하연이 셋이서 매일 고미 들으라고 재미있게 떠들고 행복하게 잘 사는 모습 고미한테 보여주면서 고미도 빨리 태어나서 엄마 아빠, 그리고 하연이언니랑 같이 놀고 싶게 만들어줄게!

고미야 기대해! 엄마아빠가 기대하는 만큼 우리가 네가족이 되면 더 행복하고 재밌는 일들이 많이많이 다가올거야.

지금처럼 무럭무럭 잘 커줘 우리 막내 고미야 🤗

 

하연이도 고미가 빨리 태어나길 기다리고 있나 모르겠네. (아직 동생의 개념도 없을텐데 동생이 찾아왔네..)

하연이 입장에서는 고미가 태어나는게 적응하기도 어렵고 동생이 있다는게, 그리고 엄마아빠말고 가족이 한명 더 있다는게 정말 어리둥절할 것 같네.

그래서 고미가 태어나기전에 엄마뱃속에 고미가 있고 아기가 태어나는걸 하연이에게 계속 알려주려고 해.

아기는 하연이인데, 이제 막 돌지난 아기인데 더 아기가 찾아온다니...

한가지 하연이에게 약속할게 있어.

아무리 고미가 태어나도 하연이가 아기라는 걸 엄마아빠는 언제나 잊지 않을거고,

어떤 상황에서든 하연이가 언니니까 희생하고 감수해야 되는 일은 없을거라고 아빠가 약속해!

하연이와 고미 둘다 엄마아빠가 너무 사랑하는 아기고 똑같이 사랑하고 아끼는 우리 딸이니까 누구도 서운하지 않게 노력할게!

한편으로 생각하면 하연이한테 미안한 마음도 들지만 엄마아빠 생각으로는 하연이에게도 더 행복한 인생을 선물해주기 위해서 하연이 동생을 만들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단다.

처음엔 조금 서운할 수 있겠지만 행복한 시간을 금방 만들어줄게 😍

하연이와 고미는 서로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장 의지할 수 있는 자매가 되길 바래!

 

엄마는 고미를 품으면서 하연이를 돌보느라 아마 하연이를 뱃속에 품을때보다 몇배는 많이 힘들거야.

그런데도 아빠는 일이 바빠서 하연이가 뱃속에 있을때처럼 많이 도와주지도 못해서 참 미안해.

이런저런 상황에 따라 엄마아빠도 각자의 일로 많이 지쳐있고 예민한 순간이 많아진 것 같아.

그래서 엄마가 많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서운하게 만드는 일이 많아졌네.

어느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단다.

하연이를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고 사랑스럽고 행복하더라고.

근데 엄마를 보고 있어도 똑같은 생각이 들더라고.

돌아보면 하연이가 태어나기 전에는 하연이한테 하듯이 엄마한테 했었는데.

아빠에게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기같은 사람이였단다.

물론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은 없지만 하연이한테 그런 에너지를 쏟다보니 엄마한테는 좀 그러지 못한 것 같은 아빠를 돌아보게 됐단다.

하연이에게 하듯이 엄마에게도 다정한 남편이 되어야 한다는걸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어.

엄마도 하연이랑 고미를 키우는 인생이 아니라 아빠에게 사랑받고 소중하게 여겨질 사람이라는걸 잊지 않으려고.

그래서 엄마는 큰끼(큰애기), 하연이는 작끼(작은애기)가 될거야.

하연이가 태어나기 전처럼 엄마한테 더 다정하고 귀엽고 사랑스럽게 여기는 아빠가 되려고 노력하려고.

고미까지 태어나면 아기 셋인 집에서 아빠가 살아남으려면 이렇게 해야겠지..?? ㅎㅎ 😄

 

아참! 하연이와 고미, 그리고 엄마도 알아야할 사실이 하나 있어.

엄마가 종종 아빠에게 "아기가 둘이 생겨서 어깨가 많이 무겁지?" 그러는데,

아마 가장으로써 하연이와 고미를 먹여살려야 한다는 책임감이 생겼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한 것 같아.

엄마의 그런 말만 들어도 아빠를 더 이해해주는 것 같아서 더 힘이 나더라고.

그치만 아빠는 하연이와 고미가 아빠의 어깨를 무겁게 누르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

반대로 우리 아가들, 그리고 엄마는 아무리 힘든 순간이 와도 아빠가 쓰러지지 않게 어깨를 받쳐주는 존재들이란다.

우리 가족들에게 너무 고마워 👨‍👩‍👧‍👧

 

아무튼 편지는 여기서 갑자기 줄인다.

지금처럼 하연이, 고미 둘다 건강하게 잘 자라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