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이직을 결심하다

 

2022년 4월 14일<32>

 

 

2022년도 벌써 3개월이 훌쩍 지났고, 4월의 중턱을 지나간다.

작년에 하연이가 태어나고, 벌써 120일 이상의 시간이 흘러갔다.

하연이가 태어나기 전과 후의 삶은.. 정말 180도로 바뀌었다.

우리가 보내는 일상도 달라졌고, 우리가 나누는 대화나, 머리속에 맴돌고 머무는 생각도 하연이에서 하연이로 끝난다.

 

하연이가 태어나기 전에 다짐했던 생각은..

"우리 인생의 주인공은 우리고, 우리 인생의 주인공이 하연이가 아니라 우리이기를 고수한다는 것"

하지만 생각보다 쉽지가 않다 ㅎㅎ

 

내 인생의 반정도는 주인공이 하연이가 되어있고,

소진이 인생의 주인공은 이미 하연이가 되버린 것인지도 모르겠다.

만약 어느정도 이게 사실이라면 진짜 너무 아쉽고, 나만의 생각에서 그치기를 바란다.

소진이 인생의 주인공은 소진이기를 정말 간절히 바란다.

물론 지금은 시기상 1부터 10까지 모두 챙겨줘야 하는 아기이기 때문이라고.. 합리화 해본다 ㅠㅠ

 

평일 낮에는 내가 일해야 하니까 소진이가 육아를 전담한다.

소진이는 하연이가 태어나고 산후조리 겸 육아를 위해 출산휴가, 유아휴직을 사용했다.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이 소진이가 육아를 전담하는게 어느 정도 자연스러워 진 것은 사실이지만,

나는 이런 상황이 절대 당연한게 아니고, 자연스러운게 아니라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고맙고,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그치만 늘 표현과 행동은 어렵고, 나는 서운하게끔 만드는 표현과 행동을 한다.

언제쯤 잘 표현하고 서운하지 않게 이야기 할 수 있을까.

이 또한 하연이가 주는, 엄마아빠를 더 어른스럽게 성장시켜 주는 선물이 아닐까 한다.

 

아무튼.. 하연이가 태어나면서 삶이 정말 많이 바뀌었다.

하연이가 태어나면서 삶이 반정도 바뀌었다고 치면, 나머지 반도 바꾸는 도전을 해보려고 한다.

올해 이런 저런 상황으로 이직을 결심했고, 그 과정과 고민끝에 오늘 퇴직서를 제출했다.

대기업에서 스타트업으로 이직하기까지는 참 고민이 많았다. 정말로.

 

이 시기의 내가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어떤 생각을 하면서 퇴사를, 이직을 결심했는지 기록해두려고 한다.

5년뒤, 10년뒤에 돌아보면 지금 생각이 얼마나 어리며 청춘이고, 얼마나 어리석을지 모르겠다 ㅎㅎ

첫번째, 커리어패스에 대한 고민. 나는 모바일 앱 개발자인데, 지금 회사가 모바일 주력으로 하는 회사도 아니고, 모바일 개발자의 자리는.. 사실상 거의 없다. 이 회사를 계속 다닐 경우 업무를 전환하게 될거고, 커리어패스가 단절되는데 그건 원하지 않는다.

두번째, 어린 나이에 파이어족이 되고 싶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못 될 가능성이 더 크다. 즉, 일은 꾸준히 오래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일을 꾸준히 하려면.. 즐겁게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워라밸이나 비즈니스보다는, 컨텐츠 서비스를 해보면 재미있게 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세번째, 개발자 붐이 엄청난 시기. 지금 이직하지 않는 개발자는 바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엄청 유명하거나 큰 규모의 회사를 가는 것도 아니고, 스타트업(유니콘이긴 하지만)으로 가는 것인데도 연봉을 50%나 올렸다. (지금 회사의 보너스도 포함하면 그렇게 까지는 안되긴 하지만, 파이어족이 되는데 한 발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ㅎㅎ)

 

이직을 하게 된 큰 이유라고 생각해보면 이정도 일 것 같다, 물론 내가 이직하는데 망설이고 스스로 말리는 생각도 정말 많았다.

늘 마음 한편에 무언가 파격적으로 도전해보고 싶은 덩어리같은게 있었는데 드디어 해소되는 기분이다.

언제까지나 내가 이런 결정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나를 늘 믿고 응원해주는 소진이가 든든히 내 옆을 지켜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소진이가 그랬다. 도전해서 후회되면 후회만 남겠지만, 도전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다면 후회와 미련이 같이 남을거라고.

고마워. 내가 용기낼 수 있는 이런  좋은 말을 해줘서.

 

물론 지금 이 결정을 후회도 많이 할거고, 많이 힘들고 아프겠지만, 그만큼 나는 성장하기를 기대한다.

지금 마음은.. 많이 설레이고 기대되지만, 딱 그만큼 걱정되고 두려움도 크다.

아무튼, 이번 결정이 미래에 돌아봤을때 결국은 "잘했다"라고 생각이 드는 결정이기를 바라고,

끝이 아니라 또 다른 다음으로 가는 좋은 발판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늘 그래왔던 것처럼, 이런 생각은 꼭 했으면 좋겠다.

"해보니까 별거 아니더라. 그냥 하면 돼"

 

나는 할 수 있다. 나는 잘 할 수 있다!

 

Adios, S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