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곧 300일

2022.09.24

 

하연아 안녕~!

이번에는 오랜만이라고 표현하는 것보다 더 오랜만에 편지를 쓰네.

거의.. 6개월만인 것 같네. 지난번 편지도 오랜만에 써서 일기가 아니라 3개월기라고 했었는데 지금은 6개월기가 되었네 ㅎㅎ

하연이가 태어난 후에 아빠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한 것들을 생생하게 기록하고 하연이가 언젠가 볼 수 있도록 하려고 했는데 그러지 못하고 있네. 아빠가 이렇게 꾸준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주면 안되는데 ㅎㅎ 앞으로는 다시 자주 쓰려고 노력할게.

 

그동안.. 진짜 많은 일이 있었는데 오랜만에 쓰려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모르겠구나.

일단 하연이가 무럭무럭 엄청 많이 자랐단다.

엄마 아빠를 알아보는 시간이 언제올까 싶었는데 너무 잘 알아보고, 낯을 심하게 가리는 시간도 어느정도는 지나갔다.

한참 낯가림이 심해졌을 때는 완전 엄마 껌딱지가 되었었는데. 😆 

(지금도 어느 정도는 엄마 껌딱지일 때가 있긴 하지 ㅎㅎ)

그리고 엄마아빠라고 방긋 방긋 웃어주기도 하고 ㅎㅎ 요즘 하연이 애교가 많아서 엄마 아빠는 매일매일 심쿵이란다.

뭔가를 잡고 일어서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혼자서 일어서기도 하고,

아빠랑 기어다니면서 잡기놀이도 하고, 이제는 하연이가 엄마아빠 까꿍놀이도 해주고,

잼잼, 안녕, 곤지곤지, 고맙습니다, 이쁜짓, 만세 등등 장기자랑도 많이 생기고,

엄마, 아빠, 나안아, 꺼야꺼야 이런 말도 너무 잘하고..!!

좋고 싫고 하고싶은 거에 대한 의사표현도 엄청 확실해지고 ㅎㅎ

이것 말고도 하루하루가 다르게 하연이는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단다.

아참! 오늘은 혼자 쇼파까지 거의 올라갈뻔 했다. 이제 엄마아빠는 더더욱 하연이한테서 눈을 못떼겠구나 ㅎㅎ

그래도 괜찮으니까 하연이 하고싶은거 다해.

하연아~ 지금처럼 잘먹고 잘자고 건강하게 잘 자라다오, 그래도 조금만 천천히 커라!

벌써 이 시간이 너무 그리울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이 세상의 모든 부모에게 전하는 어떤 강연을 봤단다.

하연이랑 눈마주치면서 잠드는 시간도, 안아서 재워주는 시간도,

밥을 먹여주고, 씻겨주는 등 엄마 아빠에게 오롯이 의지하고 도움을 필요로 하는 시간도,

손잡고 공원가고 놀러다니는 시간도, 무엇이든 엄마 아빠랑 같이 하고 싶어하는 시간도.

정말 길어봤자 몇년밖에 안된다고. 지금 이 시간에 더 집중하고 더 소중히 생각하라고 하더라.

정말 다 맞는 말인 것 같아서 엄마 아빠는 스스로를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단다.

그래서 지금 하연이랑 보내는 이시간이 육체적으로는 조금 더 피로할 수는 있지만, 더더욱 소중히 생각하려고 해.

엄마 아빠에게 이런 시간과 감정을 선물해줘서 너무 고마워.

 

아빠는 얼마전에 이직을 했단다.

흔히 말하는 대기업에서 작은 스타트업으로. 큰 용기를 가지고 도전했어.

이직하기 전부터 정말 많이 고민하고 또 고민했고, 이직을 결심한 상태에서도 또 고민했단다.

그때의 상세한 마음은 따로 일기로 써놨으니까 기회가 된다면 그걸 보길..ㅋㅋ

아무튼 이직하는 결정을 했던 이유 중에 하나는, 나중에 하연이가 이런 인생의 방향을 고민을 하는 상황이 되었을때, 아빠가 먼저 그런 일들을 겪어보고, 하연이가 결정하는데 도움을 주고 같이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었으면 해서도 있단다.

 

지금은 새로운 회사에서 4개월정도 일을 하고 있어.

새로운 환경이고 새로운 업무를 하다보니 분명히 이전보다 힘든건 사실이고, 아빠가 바쁜 바람에 엄마도 같이 고생하는 것도 참 미안하고 응원해주는 걸 고맙게 생각하고 있단다. 4개월이라는 시간동안 후회도 많이 했고 이직하기를 잘 했다고 생각도 많이 했단다.

아무튼 하고 싶은 말은, 하연이도 안정적인 상황에 있더라도 뭔가 하고 싶은 일이나 도전해보고 싶은 일이 생기면 용기를 가지고 도전하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 아빠는 늘 하연이를 응원하고 어떤 일이 있어도 하연이 편이란다.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하연이 입장에서는 아빠가 대기업 다니고 있으면 든든하다고 생각했을텐데, 그건 참 아쉬운 마음이긴해.

(다음엔 또 대기업으로 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아빠는 또 새로운 도전할만한 일이 생긴다면 용기를 가지고 도전해볼 셈이야.

설령 결과가 좋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엄마랑 같이 고민하고 또 고민한 후에 도전하도록 할게.

 

인생에서 성공과 실패는 없다고 하더라.

성공과 실패에 대한 잣대나 기준도 사람마다 다르고, 성공과 실패라는 단어가 우리를 작은 세상에 가둬버린다고 생각해.

어떤 일을 했을때 결과가 성공이나 실패가 되는 사람보다는, 스스로 변화하고 발전하는 사람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살아보려고 한다.

이런 긍정적인 기운이나 행동이 엄마에게도, 하연이에게도 전달될 수 있도록 아빠가 노력할게.

아참, 아빠에게 최근에 새로운 목표가 하나 생겼단다.

성실하고 열심히 살아서 나중에 하연이가 학생이 되고, 성인이 되었을때, 하연이가 살아가는 모든 순간에 있어서 하연이에게 도움이 되는, 늘 든든한 아빠가 되는 것이란다.

 

오랜만에 글을 쓰니 두서가 없고 내용정리도 안되는구나.

그래도 글을 쓰니까 아빠의 생각은 정리된다.

나중에 하연이도 생각이 복잡하고 정리가 안될때는 글로 옮겨보는 것을 추천해.

하연이에게 이런 편지를 쓸 기회를 줘서 고마워.

 

새삼 하연이가 엄마 아빠에게 찾아와준 것이 감사한 하루구나.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안시리다는 말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네.

사랑해 우리딸.